사고 싶은 것들, 적어보는 즐거움 – 나만의 위시리스트

사고 싶은 것들, 적어보는 즐거움 – 나만의 위시리스트

제목만 읽어도 흥분되는 일이다. 사고 싶은 것의 Wish List를 만들어 보라니. 쇼핑몰 사이트를 방문하면 ‘보관하기’, ‘선물신청하기’ 등의 이름을 빌린 Wish List 공간이 항상 있다. 이 빈 공간에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이번 달 말일 경 회사에서 보너스를 왕창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혹은 친구에게 빌려 준 돈을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목돈으로 돌려준다고 가정해 보자. 예상 외의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말 필요한 물건인데 돈이 없어서 뒤로 미루고 미루어 수 해가 지난 그런 생필품부터 정리해 볼까? 그러고 보니 집 안의 청소기를 새롭게 장만해야겠다. 이거 왜 이리 낡았어? 라고 물으니 벌써 7년째 쓰고 있단다. 괜히 물어보아서 핀잔만 받았다. 그래, 이 참에 청소기 하나 장만하는 거다. 이번에는 과감하게 브랜드를 바꿔 타는 거다.

“청소기 사야지.”라는 내 주절거림에 딸아이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친구들은 전부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꿨다며 눈치를 준다. 약정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 금액 무시하고 하나 장만하겠다고 우긴다. 아이들 성화를 이길 재간이 없다. 아이들도 안다. 내가 예전에 태블릿이나 오디오도 지름신에 따라 슬슬 넘어갔다는 걸.

요즘은 작은 오디오 하나 장만하고 싶다. 서재에서 책을 보면서 나지막이 깔리는 음악이라면 더 신나는 주말 오후가 될 것 같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으면서, 아이폰이나 블루투스와 쉽게 연결되는 그런 오디오가 좋겠다. 폼도 좀 나고.

옆에서 와이프가 한 소리 한다. 돈 걱정 없이 무작정 위시 리스트를 작성하는 거라면 요청사항이 있단다. 요즘 TV에서 한참 뜨고 있는 캡슐형 커피메이커. 사무실에 캡슐형 커피머신이 있는데, 캡슐 하나당 천 원이라도 맛도 좋고 참 편하다. 주방에 하나 있으면 멋질 것 같다. 그래, 그것도 추가.

흠, ‘사무실’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생각나는 품목이 있다. 전화를 자주 하는 내 업의 특성상 헤드셋 하나를 장만하는 건 어떨까? 스마트폰 기본 이어폰으론 통화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다. 유선 전화기나 스마트폰에 연결해서 쓸 수 있는 통화품질 좋은 헤드셋, 꼭 하나 필요하다.

내 스스로를 치장하는 데 너무 게을렀던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넥타이를 샀던 게 언제지? 기억도 안 난다. 오랜만에 마음먹고 명품 브랜드 하나로 결정한다. 구두도? 양복도?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지만, Wish List는 Wish List일 뿐이다.

내 차에도 정성을 좀 들여볼까? 아직도 20년도 넘은 네비게이션을 쓰고 있다. 버튼을 하나하나 눌러서 입력하던 시절의 그 기계다. 지금은 손가락으로 톡톡 치면 되지만, 예전엔 한 글자 한 글자 이동해서 입력해야 했다. 그 기억도 묘하게 웃기고 소중하다. 물론 요즘 네비 가격 보면 쉽게 손이 안 간다.

또 뭐가 있을까? 평소에 걷기 운동을 자주 하시는 어머니 운동화를 챙겨봐야겠다. 발에 착 감기는 편한 디자인을 찾고, 친구분들 모임에서도 자랑하실 수 있는 멋스러운 아이템도 넣어두자. 브로치 하나, 운동화, 핸드백 정도?

아끼는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책 10권, 내 만년필 잉크 리필, 수성펜 리필, 연필깎기 기계, 비싸지 않은 손목시계, 아이들 모자와 장갑, 내 노트북 메모리 확장, 명함 통, 그릇, 은수저, 철제 휴지통, 새 안경, 화장실 휴지 걸이, 소파 가죽 교체까지.

이렇게 리스트 작성은 끝이 없다. 이리도 필요한 게 많았었나? 그동안 어찌 참고 살았던가.

오늘은 생각만으로도 호사를 누리는 날이다. 위시리스트가 곧 쇼핑리스트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스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살아가는 재미가 커진다. 위시리스트는 곧 목표가 되고,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일상이 풍요로워진다.

리스트를 다 만들고 나면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이번 달에 꼭 사야 할 쇼핑리스트로 바꿔보는 거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상상이 크면 클수록, 현실의 덩어리도 커진다.


Summary

갖고 싶은 물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리스트를 적는 일은 단순한 소비의 욕망이 아니라, 상상을 현실로 연결해주는 놀이가 된다. 가격과 현실은 뒤로 미루고, 나만의 작은 소망들을 조용히 기록하는 시간은 혼자만의 리추얼이자 심리적 정리의 한 방식이다. 그렇게 적어 내려간 리스트는 언젠가의 쇼핑 메모가 되기도 하고, 때론 내 삶의 방향이 되기도 한다. 위시리스트를 적는 순간은 단순하지만, 그 안엔 나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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