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사이즈, 나 혼자 확인하는 시간 – 몰래 재보는 나의 치수 이야기

지금까지 소개한 혼자 놀기의 방법들은 사실 같이 할 누군가가 있어서 함께 해도 좋은 것들이다. 하지만 결코 같이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결코 같이 하고 싶지 않는 것이 바로 내 신체 사이즈 파악하기이다. 안타까운 것인지, 슬픈 것인지, 우울한 것인지 모를 오만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재서는 사이즈를 정확히 잴 수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흠이라면 흠이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수제 의상이나 신발가게, 속옷 매장 등을 활용하는 수고 정도는 필요하다. 그러니 필요에 의해 이런 매장들을 방문하게 되면 이제는 적당히 쇼핑만 끝내고 나올 것이 아니라, 눈으로 치수를 확인하고 메모해 나오는 것을 잊지 말자.
포괄적으로 말한다면 옷이나 신발을 살 때 사이즈를 알아야 하는데, 이것도 세분화하면 내 사이즈를 왜 정확히 알아야 하는지 알게 된다. 상의는 계절별, 소매의 길이, 아우터(Outer)와 이너(Inner), 재질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접근을 해야 한다. 하의도 스커트와 바지, 재질, 길이에 따라 사이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멋지게 소화해낼 수 있다. 신발도 구두, 운동화, 전문스포츠화의 구분에 따라 내 발이 요구하는 바가 다르니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럼 내 몸의 가장 위부터 시작해보자. 오늘은 모자. 패션의 완성은 모자, 스카프 등 소소한 액세서리를 잘 챙기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 패셔니스타들이 많다. 그런데 모자 고르기가 은근 쉽지가 않다. 두상이 작은 사람이 있고 상대적으로 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매장 직원의 도움을 받아 두상 크기부터 체크한다. 이렇게 사이즈를 알아두면 나중에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 때도 실수 없이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혹시 군입대를 앞둔 남자라면 입대 후 철모를 받을 때 수월할지 아닐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남자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목 치수와 팔 길이이다. 티셔츠를 입을 때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같이 매야 하는 정장 차림을 할 때 말쑥하면서도 편안한 옷 매무새를 유지하려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그래서 사람에 따라 기성 와이셔츠를 아무거나 사서 입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목둘레가 좀 두껍거나 가늘어서 혹은 팔이 길거나 조금 짧아서 맞춤복을 입어야 하는 사람도 많다. 주위에 물어보면 이런 이유로 맞춤 와이셔츠를 입는 남자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맞춤을 할 때 매장에서도 목둘레와 팔 길이를 입력해두겠지만, 본인이 직접 치수를 적어두고 기억한다면, 돌발 상황이 생겨 아무데서나 새 와이셔츠를 사야 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와 남자 공통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할 신체 치수는 바로 허리와 엉덩이가 아닐까? 상의와는 다르게 하의는 옷의 스타일이나 재질에 따라 다른 사이즈의 옷을 골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하의 치수는 24부터 36까지 다양한 숫자로 표기되며, 허리둘레, 밑위길이, 엉덩이둘레, 허벅지둘레, 다리길이 등이 반영되어 나온 일반적인 기성복 사이즈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모두 신체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기성복 사이즈대로 정확히 맞는 사람은 별로 없다. 따라서 각각의 사이즈를 줄자로 재어서 확인을 해보라. 허리는 27도 가능한데 다리 길이 때문에 28을 입어야 하는 사람, 스커트를 입을 땐 밑위길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바지를 고를 땐 밑위길이에 따라서 편안함이 결정되고, 바지를 입은 뒷모습이 예뻐 보일 수도 있고, 울퉁불퉁한 주름이 생길 수도 있다.
발 사이즈를 정확히 아는 것은 다른 치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쪽 발의 사이즈가 다르다. 한쪽 발이 조금 더 긴 사람, 볼이 넓은 사람, 발가락이 긴 사람, 엄지발가락 쪽 뼈가 도드라진 사람, 평발인 사람 등 발의 조건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편안한 신발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치수가 안 맞는 옷을 입으면 보기가 나쁜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맞는 신발 사이즈를 찾지 못하면 건강이 상하는 결과까지 가져오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전체 길이, 볼 넓이, 굽의 높이, 앞 트임과 뒷 트임의 정도, 가죽의 부드러운 정도, 주로 착용하게 되는 환경에 따라 원래 발 치수에서 어떤 부분을 좀 더 감안할지 고려한다면 훨씬 오래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구석구석 몰랐던 사이즈를 알면 옷이나 신발을 구매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만, 건강상태나 비만 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균형 잡힌 체형을 꿈꾸거나,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몸매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당장 현실부터 파악하라. 그래야 목표를 향해 가는 가장 정확하고 빠른 길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공개하기 부끄러운 몸매라 혼자서 신체 사이즈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라면 그 부끄러움을 100% 자극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보라. 다음에 청바지를 사러 올 땐 당당히 원하는 치수를 말하리라. “26주세요.” 이때 종업원은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고객님은 신이 내린 몸매에요. 25도 충분하겠어요.”라고.
절대 비밀인 내 사이즈가 공개적인 비밀이 되는 그날까지 내 사이즈는 내가 접수한다.
Summary
신체 사이즈를 혼자서 확인하는 일은 단순한 쇼핑 준비가 아니라, 나를 마주하는 조용한 자기 점검의 시간이다. 줄자 하나로 치수를 재는 이 사적인 행동은 남몰래 자신을 돌보는 혼자놀기의 방식이 된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 몸의 리듬에 집중하며, 진짜 나를 이해하는 작은 의식 같은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