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5,000개의 점을 잇다 – 데이터로 인맥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고독한 즐거움

내가 잘 알고 지내는 가까운 친구는 모두 몇 명이나 될까? 내가 심심할 때 전화를 걸어 술 한잔하자고 하면 뛰어 나올 친구는 모두 몇 명일까? 내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내 편에 서서 나를 도와줄 수 있는 힘 있는 지인이 누구일까? 오늘은 내 지인을 정리해 보는 날이다.
인맥을 관리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 신입사원이라면 받은 명함을 넣어 놓는 명함집을 준비한다. 한 페이지에 명함 8장 정도를 넣을 수 있는 명함집이 일반적이다. 대리로 진급하면 명함집에 명함을 정리하는 것이 벅차다는 것을 느낀다. 이때 준비하는 것은 보통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명함 통. 부담 없이 받아 둔 명함을 순서대로 통에 넣어도 좋고, 혹은 회사 이름별로 또는 명함을 전해 준 지인의 이름순으로 분류해서 통에 넣는다. 과장으로 진급한 이후는 통에 넣어둔 명함을 찾기도 불편하고 지인을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다양하게 발생함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때부터 인맥의 중요함을 깨닫고 보통은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로 인맥 리스트를 관리하기 시작한다.
그다음 버전은 무엇일까? 구글 주소록을 이용하기도 하고 인맥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며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과 같은 소셜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 내 경우는 아웃룩 주소록 관리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명함을 받으면 아웃룩의 비고란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 만난 사람인지를 기록한다. 때로는 특징적인 문구를 기록하여 기억하기 편하도록 코멘트를 남겨 놓기도 한다. 아웃룩의 태그 기능을 이용하여 고등학교 동문, 대학 동문,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2011년에 만난 사람, 기자, 출판사 등으로 구별한다. 아웃룩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내가 IT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이다. 지금의 내 아웃룩 주소록에는 약 5,000명의 인맥이 기록되어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처럼 관리를 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순간에 검색의 필요성 때문에 지인의 특징을 기록하고 또 어느 순간부터 태그의 필요성 때문에 이를 더했다. 여전히 내 주소록에는 매일 태그가 붙지 않은 지인의 리스트를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처럼 정리를 해 놓으니 참으로 편리하다. 예를 들어 “교수”라는 단어로 검색하는 경우, 연락처에 등재된 모든 지인을 한꺼번에 리스트 할 수 있다. “보안”이라고 검색하는 경우 보안 관련 사업부에서 근무하는 모든 지인들을 검색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연히 예전에 만난 지인을 다시 만나는 경우에 수년 전 어떤 상황에서 서로 인사했는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도움으로 갑자기 낯선 이름으로 전화가 오는 경우, 그 사람의 간단한 이력을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 것도 가능하여 전과 같은 실수를 하는 예가 줄었다. 아웃룩의 주소록과 스마트폰의 주소록 연동 기능 덕분이다.
내 경험을 보아 아는 지인의 리스트를 관리하는 것이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도 하고 혹은 도저히 불가능해 보일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하니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정리하여 멋진 주소록을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대신 오늘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부터 만나는 사람을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면 어느 순간 꽤 잘 정리된 인맥 리스트를 얻게 된다. 실패하는 사람들의 경우, 한 번에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욕심을 부린 경우이다.
인맥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인맥은 즐거운 일이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거나 혹은 업무상 관련 있는 도움이거나 또는 술 한잔할 수 있는 지인이거나 그 차이는 없다. 다만 누군가와 함께 하고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아웃룩처럼 전산화된 도구가 불편하고 어렵다면, 또는 아직 인맥을 관리해야 할 정도의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이 되거든 스마트폰의 연락처 관리라도 시작해 봄이 좋겠다. 그리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내가 아는 모든 지인에게 안부를 전하는 문자메시지라도 보냄이 어떨까?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이 공간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 이 생각만으로도 기쁘지 않은가?
Summary
명함집과 명함 통 시대는 끝나고, 이제는 인맥을 데이터 자산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핵심은 아웃룩이나 스마트폰 주소록을 활용해 연락처를 태그하고 검색 가능하도록 체계적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수천 명의 지인을 ‘교수’나 ‘보안’ 같은 키워드로 즉시 찾아 활용할 때 비로소 인맥은 실질적인 힘을 갖는다. 따라서 한 번에 완벽히 정리하려 욕심내기보다는, 오늘 만나는 사람부터 꾸준히 기록하는 것이 5,000명 인맥 자산을 만드는 진정한 노하우이다.
